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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말 한마디로 처벌까지 이어지는 이유와 성립 요건의 핵심

by jeonginlog 2026. 1. 19.

사기죄는 “돈을 떼먹었다”는 단순한 도덕 비난을 넘어,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할 때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범죄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오해되는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 돈을 갚지 못하면 곧바로 사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 둘째, 상대가 기분 나쁘게 속였으니 무조건 사기라고 보는 경우다. 형법은 이런 직관과 거리를 두고, 일정한 구조를 갖춘 경우에만 사기죄를 인정한다. 사기죄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봐야 한다. 결국 사기죄는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로 착오를 일으키고, 그 착오로 재산을 처분하게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과정이 입증될 때 성립한다.

1. 사기죄의 기본 구조: 속임수, 착오, 처분, 재산상 이익

사기죄는 네 단계가 연결되는 구조로 설명된다. 먼저 ‘기망’ 즉 속임수가 있어야 한다. 그 속임수로 상대방에게 착오가 발생해야 하고, 그 착오에 기초해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결과로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어야 한다. 네 단계 중 하나라도 끊기면 사기죄 성립은 어려워진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했더라도 상대가 속지 않았거나, 속았더라도 재산 처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사기죄의 연결고리가 약해진다. 반대로 겉으로는 ‘정상 거래’처럼 보이더라도, 핵심 사실을 적극적으로 왜곡하여 상대의 판단을 틀리게 만들고 그 판단이 금전 지급이라는 처분으로 이어졌다면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다.

2. 기망의 의미: 모든 과장은 사기인가

기망은 상대방의 재산 처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을 속이거나, 사실과 다른 인상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중요한 사실’이다. 누구나 영업을 하면서 다소 유리하게 표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단순한 과장, 애매한 표현, 가치 판단의 영역까지 모두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으면 사회 경제활동이 위축된다. 그래서 사기에서 기망은 대개 상대가 거래 결정을 할 때 핵심으로 고려할 사실, 즉 거래의 본질을 좌우하는 사항에 집중된다.

예를 들어 물건의 존재 자체, 소유권 여부, 채무자의 지급 능력, 담보의 실체, 계약 조건의 핵심 사항 등을 허위로 말하거나 은폐한다면 기망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좋은 물건이다”, “대박 날 것이다” 같은 주관적 전망만으로는 곧바로 기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의가 뒤따른다. 결국 판단은 구체적 맥락에서 이뤄지며, 상대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했고 어떤 정보를 숨겼는지, 그리고 그 정보가 거래 결정에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가 중요하다.

3. 착오와 처분행위: 상대방이 스스로 ‘내준’ 것인가

사기죄는 강제로 빼앗는 범죄가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재산을 처분하게 만드는 범죄로 이해된다. 그래서 착오와 처분행위가 핵심이다. 상대가 어떤 사실을 잘못 믿게 되었고, 그 잘못된 믿음 때문에 돈을 송금하거나 물건을 넘겼다는 연결이 입증되어야 한다. 여기서 흔히 다투는 것은 “상대가 정말 속아서 준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알고도 준 것인가”다.

예컨대 투자나 선불 결제에서 위험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도 “그래도 해보자”라는 판단으로 돈을 건 경우, 그 착오가 기망 때문에 생긴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감수한 위험인지가 문제된다. 사기는 단순히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사실로 결정되지 않는다. 손해가 있더라도, 그것이 거래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현실화인지, 아니면 기망으로 인해 의사결정 자체가 왜곡된 결과인지 구분해야 한다.

4. 고의와 편취의사: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는가’

사기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주관적 요소, 즉 고의와 편취의사다. 특히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한 경우에 사기인지 단순 채무불이행인지가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적으로 핵심 질문은 “처음 돈을 받을 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가”이다. 이걸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은 돈을 빌릴 때는 갚을 생각이 있었다가도, 사정이 악화되어 갚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기 성립을 논할 때는 거래 당시의 구체적 사정이 중요해진다. 예컨대 채무가 과도한 상태에서 지급 능력이 사실상 없었는지, 소득이나 자산에 대한 거짓말을 했는지, 여러 사람에게 유사한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돈을 빌렸는지, 돈을 받은 직후 연락을 끊거나 회피했는지 등은 편취의사를 추정하는 정황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변제 노력, 일부 변제, 담보 제공, 합리적 상환 계획의 존재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으로 볼 여지를 키운다. 결국 사기와 민사 분쟁의 경계는 “처음부터 속이려 했는가”라는 의도와 그 의도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에 달려 있다.

5. 사기와 민사 분쟁을 가르는 기준: 형사화의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돈 못 받았으니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형사절차는 채권추심 수단이 아니다. 단순한 계약 위반과 채무불이행을 곧바로 사기로 처벌하려 하면, 민사 분쟁이 형사로 과도하게 유입되는 문제가 생긴다. 형법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경우에 최후수단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기죄 판단은 엄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사기 성립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거짓말이 있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거짓말이 거래의 핵심을 속였으며, 그로 인해 상대가 착오에 빠져 처분했고, 결과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는 연결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반대로 단순히 약속을 어겼거나 사업이 실패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기를 단정하기 어렵다. 이 구분이 명확해질수록 불필요한 고소·고발의 남용을 줄이고, 정당한 피해 구제와 형사처벌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6. 정리: 사기죄는 ‘손해’가 아니라 ‘속여서 재산을 받는 과정’이 핵심이다

사기죄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태도는 감정과 구조를 분리하는 것이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형법은 그 감정이 아니라 요건 충족 여부로 결론을 낸다. 사기죄는 속임수라는 행위, 그로 인한 착오, 착오에 따른 재산 처분,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과정이 촘촘히 연결되어야 성립한다. 그리고 그 과정의 중심에는 “처음부터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는지가 자리한다.

결국 사기죄의 판단은 “돈을 못 받았다”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의 시작점에서 상대방의 판단을 왜곡하는 기망이 있었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관점을 잡아두면, 사기죄가 성립하는 경우와 단지 민사로 해결해야 할 분쟁을 구별하는 눈이 생긴다. 형사법은 강력한 도구인 만큼, 그 적용은 엄격해야 하고, 그 엄격함이 오히려 법적 안정성과 피해 구제의 정당성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