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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

by jeonginlog 2026. 1. 11.

형법은 범죄 성립을 단순히 “나쁜 결과가 발생했는가”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려면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며, 책임이 있어야 한다. 이 가운데 ‘위법성’은 국가가 그 행위를 형벌로 금지해도 정당한지, 즉 법질서가 허용할 수 없는 침해인지 판단하는 단계다. 정당방위, 긴급피난, 정당행위 같은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되면 행위는 위법하지 않으므로 처벌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에서 사람의 인식이 항상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정당방위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당사자는 “지금 공격을 받는다”고 믿거나, 실제로는 권한이 없는데도 “법이 허용하는 조치”라고 믿고 행동할 수 있다. 이처럼 행위자가 위법성 조각사유가 존재한다고 오인하고 행위한 경우를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라고 부른다.

이 주제는 단순히 ‘착각했으니 봐준다’의 문제가 아니다. 형법은 결과의 위험성과 행위자의 태도를 함께 평가한다.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고의범이 되는지 과실범이 되는지, 또는 책임이 감경되는지 같은 결론이 달라진다. 결국 핵심은 “무엇을 착오했는가”와 “그 착오가 정당화될 만큼 합리적이었는가”다.

1. 착오의 출발점: 사실을 잘못 본 것인가, 법적 평가를 잘못 한 것인가

착오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착오의 대상이다.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는 보통 “정당화 사유가 있다고 믿었다”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믿음이 사실관계의 오인에서 비롯되는지, 법적 평가의 오인에서 비롯되는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진다.

예컨대 상대가 공격하려는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장난이었던 경우처럼 ‘현재의 부당한 침해’라는 사실 전제를 잘못 본 경우가 있다. 반면 상대가 공격한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한 대응이 과도해 정당방위의 한계를 넘었는데도 “이 정도는 허용된다”고 생각한 경우도 있다. 전자는 사실 인식의 문제에 가깝고, 후자는 허용 한계에 대한 규범적 판단의 문제에 가깝다. 실무에서는 두 요소가 섞여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결국 행위 당시 인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그 인식이 어떤 근거에서 형성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2. 전형적 장면: 오상정당방위와 오상긴급피난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가 가장 자주 문제되는 유형은 오상정당방위다. 오상정당방위란 실제로는 부당한 침해가 없거나, 방위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데도 행위자가 방위상황이 있다고 오인한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어두운 골목에서 접근하는 사람이 위협적으로 보여 공격자로 착각했거나, 상대의 행동을 공격으로 오해해 선제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오상긴급피난도 유사하다. 실제로는 현재의 위험이 없거나 다른 덜 침해적인 수단이 있었는데도, 행위자가 긴급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믿고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다. 예컨대 위험을 과대평가해 타인의 재산을 훼손하거나, 그 위험을 피할 대안이 있었음에도 지나치게 침해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다면 긴급피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도 핵심은 행위자의 착오가 단순한 주관적 착각인지, 당시 상황에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납득 가능한 판단이었는지다.

3. 효과의 문제: 고의가 조각되는가, 책임이 감경되는가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가 인정될 때 형사책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는 학설상 논의가 존재하지만, 실무적 감각으로는 다음 구조를 이해하면 정리된다. 형법은 고의범에서 고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책임 단계에서 비난 가능성이 무엇인지 구분한다.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는 “내 행위가 법질서에 반한다는 인식”과 관련되므로, 고의 성립과 책임 평가에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다.

행위자가 정당방위 상황이라고 믿었다면, 그는 ‘부당한 침해에 대한 방어’라는 의미에서 행위의 위법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그의 심리상태는 “불법을 알면서도 실행하는 고의”와는 거리가 생긴다. 다만 착오가 언제나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착오가 부주의에서 비롯되었거나, 조금만 주의했어도 방위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었는데도 성급하게 판단했다면, 그 행위는 과실의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즉 고의가 부정되더라도 과실이 인정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착오가 매우 합리적이고 불가피했다면, 책임 단계에서 비난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져 처벌이 어렵거나 감경될 수 있다. 결국 결론은 “합리적인 착오인가”를 중심으로 정리된다.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는 주관적 믿음만으로 처리되지 않고, 그 믿음을 만들어낸 사정들이 객관적으로 평가된다.

4. 판단의 실질 기준: 착오의 ‘상당성’과 ‘회피 가능성’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를 다룰 때 가장 실질적인 기준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착오가 상당한가, 둘째는 착오를 회피할 수 있었는가다. ‘상당성’은 단순히 그럴 듯해 보였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 당시 상황에서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오인이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한 수준이었는지를 묻는다. 주변의 객관적 정황, 상대방의 행동, 장소의 특성, 시간대, 이전의 갈등 관계, 순간적 위협의 정도 등이 함께 고려된다.

‘회피 가능성’은 “조금 더 확인했으면 알 수 있었는가”의 문제다. 예를 들어 상대가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었는데도, 확인 없이 폭행을 가했다면 착오의 책임이 커진다. 반대로 돌발 상황에서 즉각적인 판단이 요구되어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면, 회피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될 수 있다. 이 기준은 결국 과실 인정 여부와 책임 감경 여부를 좌우한다. 즉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는 ‘착각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착각이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했는지가 본질이다.

5. 허용 한계에 대한 착오: “이 정도는 괜찮다”라는 오해의 위험

사실관계 착오보다 더 까다로운 부분은 ‘허용 한계’에 대한 착오다. 예컨대 상대에게 위협을 느낀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한 대응이 과도해 정당방위의 한계를 넘었는데도 “이 정도는 정당하다”고 믿는 경우가 있다. 이때 착오는 단순한 사실 오인이라기보다 규범적 평가의 오인에 가깝다. 형법은 이런 경우에도 행위자의 인식을 고려하되,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상당성의 범위를 중시한다. 방어라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이 과도하면 정당화가 어렵고, 그 “과도함”이 명백할수록 착오의 정당성도 약해진다.

결국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은 ‘정당화’라는 언어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오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법은 주관적 믿음을 존중하되, 그 믿음이 객관적 기준과 결합하지 않으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착오가 사회적으로 납득 가능할 정도로 형성된 것인지, 아니면 자기합리화에 불과한지를 가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6. 정리: 착오는 면죄부가 아니라, 고의·과실·책임을 가르는 분기점이다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는 형법총론에서 매우 실전적인 의미를 갖는다. 실제 사건에서는 ‘정당방위냐 아니냐’만 다투는 것이 아니라, 설령 정당방위가 아니라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 상황을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따라 고의가 부정될 수 있고, 과실의 문제로 재구성될 수 있으며, 책임이 감경될 여지도 생긴다. 반대로 행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을 무시하거나, 과도한 수단을 선택했음에도 이를 정당화하려 했다면 착오는 방패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를 이해하는 핵심은 “착오의 존재”가 아니라 “착오의 질”이다. 무엇을 어떻게 잘못 보았는지, 그 오인이 어느 정도 합리적이었는지, 회피 가능성은 있었는지, 행위의 수단은 필요한 범위를 넘지 않았는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정당화 사유는 법이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마련한 안전장치이지만, 동시에 남용을 막기 위한 통제 장치도 포함한다. 위법성 조각사유의 착오는 바로 그 통제 장치가 가장 섬세하게 작동하는 지점이며, 고의와 과실, 그리고 책임의 경계를 드러내는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