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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분은 왜 “이유”를 적어야 하는가 행정청의 처분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다. “왜 안 된다는 거지?”, “무슨 근거로 이런 결정을 한 거지?”라는 의문이다. 허가가 거부되거나, 지원금이 환수되거나, 영업정지 같은 불이익 처분을 받으면 당사자는 결과 자체만큼이나 그 이유가 납득되지 않아 답답함을 느낀다. 행정법은 이 답답함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 핵심 장치가 이유제시의무다. 행정청은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을 하면서, 단순히 “결정했다”로 끝내지 않고 어떤 사실과 어떤 법적 근거에 따라 그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유제시는 행정의 품격을 높이는 선언이 아니라, 권리구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절차적 장치다. 1. 이유제시의무의 의미: 통지서의 ‘문장’이 아니라 권리보호의 장치 이유제시는 흔히 ‘처분서에 .. 2026. 1. 24.
행정지도: “권고일 뿐”이 정말 권고로 끝날까 행정기관과 시민이 만나는 장면에서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이건 처분이 아니라 지도입니다.” “일단 이렇게 하세요.” “권고니까 따라주시면 됩니다.” 문장만 보면 강제성이 없는 안내처럼 들리지만, 현실에서 행정지도는 때로 처분만큼 큰 압박으로 작동한다. 특히 영업을 하는 사람, 인허가가 필요한 업종, 보조금·지원금과 연결된 사업자는 “권고”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관계가 틀어지면 이후 절차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렵고, 실제로 행정기관이 사실상 강제처럼 운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정지도는 행정법에서 중요한 주제가 된다. 형식은 권고인데 실질은 강제일 때, 법은 이를 어떻게 평가할까. 행정지도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1. 행정지도의 개념: 처분이 아닌 행정작용 행정지도는 행정기관이 .. 2026. 1. 24.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억울한 처분을 다툴 때 ‘어떤 길’이 더 맞을까 생활 속에서 행정처분은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 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자격정지, 각종 허가·인가 거부, 급여나 지원금 환수, 학교 징계, 공무원 징계, 정보공개 거부 같은 사례는 모두 “행정청이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결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문제는 처분을 받는 순간부터다. 당사자는 억울함을 느끼지만, 단순히 항의한다고 처분이 자동으로 취소되지는 않는다. 법은 억울함을 풀어주는 절차를 마련해 두었고, 대표적인 통로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다. 두 제도는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과 진행 방식, 시간과 비용, 전략이 다르다. 그래서 “둘 중 뭐가 더 낫냐”가 아니라 내 사건에 어떤 길이 더 맞냐가 핵심이다. 1. 행정심판이란 무엇인가: 행정 내부에서 먼저 바로잡는 절차 행정심판은 간단히 말해, 행정청의 .. 2026. 1. 23.
온라인 한 줄이 형사문제로 번지는 구조 온라인 공간에서 분쟁이 빠르게 커지는 이유는 말이 기록으로 남고, 유통 속도가 빠르며, 맥락이 잘려 전달되기 쉽기 때문이다. 댓글 한 줄, 후기 한 문장, 메신저 캡처 하나가 순식간에 퍼지고, 당사자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거나 “그냥 감정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형사법은 특정 상황에서 발언을 범죄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명예훼손과 모욕은 일상 언어가 형사책임과 맞닿는 대표 분야다. 다만 이 영역도 모든 비난과 불쾌한 말이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법은 몇 가지 기준으로 선을 긋는다. 핵심은 결국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의 표현인가”, 그리고 “그 표현이 사실 적시인지, 단순한 경멸적 표현인지”를 분리해 보는 것이다. 1. 명예훼손의 뼈대: 사실을 적시해도 문제가 될 수 있.. 2026. 1. 21.
정보공개청구: “공공기관 자료를 볼 권리”는 어디까지 인정될까 행정법을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체감하는 제도 중 하나가 정보공개청구다. 민원 처리 과정이 납득되지 않거나, 처분의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을 때, 혹은 내 권리·의무에 영향을 준 행정의 판단 자료를 보고 싶을 때 사람들은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한다. 정보공개청구는 단순한 호기심을 채우는 장치가 아니라,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이 행정작용을 감시·통제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절차다. 다만 모든 자료가 무제한으로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안전, 수사의 공정성, 개인의 사생활, 영업비밀처럼 보호할 가치가 큰 영역이 존재하고, 법은 공개와 비공개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해 두었다. 결국 정보공개청구의 핵심은 “국민의 알 권리”와 “비공개 필요성”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정당한 공개 범위인가를 따.. 2026. 1. 19.
말 한마디로 처벌까지 이어지는 이유와 성립 요건의 핵심 사기죄는 “돈을 떼먹었다”는 단순한 도덕 비난을 넘어,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할 때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범죄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오해되는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 돈을 갚지 못하면 곧바로 사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 둘째, 상대가 기분 나쁘게 속였으니 무조건 사기라고 보는 경우다. 형법은 이런 직관과 거리를 두고, 일정한 구조를 갖춘 경우에만 사기죄를 인정한다. 사기죄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봐야 한다. 결국 사기죄는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로 착오를 일으키고, 그 착오로 재산을 처분하게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과정이 입증될 때 성립한다. 1. 사기죄의 기본 구조: 속임수, 착오, 처분, 재산상 이익 사기죄는 네 단계가 연결되는 구조로 설명된다. 먼저 ‘기망’ 즉 속임.. 2026.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