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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온라인 한 줄이 형사문제로 번지는 구조

by jeonginlog 2026. 1. 21.

온라인 공간에서 분쟁이 빠르게 커지는 이유는 말이 기록으로 남고, 유통 속도가 빠르며, 맥락이 잘려 전달되기 쉽기 때문이다. 댓글 한 줄, 후기 한 문장, 메신저 캡처 하나가 순식간에 퍼지고, 당사자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거나 “그냥 감정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형사법은 특정 상황에서 발언을 범죄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명예훼손과 모욕은 일상 언어가 형사책임과 맞닿는 대표 분야다. 다만 이 영역도 모든 비난과 불쾌한 말이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법은 몇 가지 기준으로 선을 긋는다. 핵심은 결국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의 표현인가”, 그리고 “그 표현이 사실 적시인지, 단순한 경멸적 표현인지”를 분리해 보는 것이다.

1. 명예훼손의 뼈대: 사실을 적시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명예훼손은 흔히 거짓말을 퍼뜨리는 행위로만 오해되지만, 구조적으로는 사실을 말해도 성립 가능성이 논의된다. 그 이유는 명예훼손이 ‘진실성’만으로 면책되는 범죄가 아니라, 개인의 사회적 평판을 보호하려는 성격을 함께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예훼손을 판단할 때는 먼저 어떤 내용이 “구체적 사실”로 적시되었는지, 그 내용이 특정인을 지목하거나 쉽게 특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발언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본다.

여기서 ‘특정성’은 이름을 직접 말했는지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닉네임, 별명, 직장·지역·사건 맥락 등으로 주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다. 또 ‘공연성’은 공개 댓글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는 형태가 전형이지만, 비공개 공간이라도 사람 수가 많거나 쉽게 공유될 가능성이 크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결국 명예훼손은 “내용이 사실이냐 거짓이냐”에 앞서 “구체적 사실을 통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는가”에서 출발한다.

2. 모욕의 뼈대: 사실 적시가 아니라 ‘경멸적 표현’이 중심이다

모욕은 명예훼손과 달리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을 깎아내리는 경멸적 표현 자체가 문제되는 영역이다. 예컨대 상대를 인격적으로 비하하거나, 사회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표현을 공연히 사용하면 모욕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모욕도 단순히 무례했다는 수준을 넘어, 사회통념상 상대의 인격적 가치를 침해할 정도인지가 관건이다.

현실에서는 명예훼손과 모욕이 함께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했다”라는 식으로 사실을 말하면서 동시에 비하적 표현을 섞는 경우다. 이때는 사실 적시 부분은 명예훼손의 틀로, 비하적 표현은 모욕의 틀로 각각 검토될 수 있다. 따라서 댓글이나 게시글이 형사문제로 번질 때는 “구체적 사실이 들어가 있나”를 먼저 확인하면 구도가 잡힌다. 사실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으면 명예훼손 쟁점이 커지고, 사실 없이 욕설·비하 중심이면 모욕 쟁점이 커지는 식이다.

3. 공익과 표현의 자유: 비판과 범죄의 경계

명예훼손·모욕은 표현의 자유와 긴장 관계에 있다. 사회적으로 비판이 필요한 사안, 소비자 보호를 위한 후기, 공적 관심사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은 어느 정도 강한 표현이 동반될 수 있다. 문제는 그 비판이 공익적 목적을 띠고 있는지, 표현 방식이 필요한 범위를 넘지 않는지, 그리고 사실관계가 왜곡되었는지 여부다.

특히 후기나 고발성 글에서는 “내 경험을 말했을 뿐”이라는 주장과 “그 글 때문에 평판이 무너졌다”는 주장이 충돌한다. 이때 법은 작성자가 단순한 감정 배설을 넘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 제공을 하고 있었는지, 정보 제공 과정에서 확인 가능한 사실을 확인했는지, 표현이 과도하게 인신공격으로 흐르지 않았는지를 함께 본다. 결국 공익적 목적이 인정될 여지가 있는 상황일수록, 표현은 ‘사실 중심’으로 정리될수록 안전해지고, 반대로 인격 모독형 표현이 많아질수록 위험이 커진다.

4. 온라인 특유의 위험 요소: 공유, 캡처, 맥락 절단

온라인에서 특히 위험한 점은 발언이 쉽게 복제되고, 캡처로 맥락이 잘려 확산된다는 것이다. 자신은 특정 커뮤니티에서 제한된 사람들끼리 말한 것이라 생각했더라도, 누군가가 캡처를 떠서 외부로 옮기면 공연성 논의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익명성이 있다고 해도, 특정인의 직장·지역·사건을 조합하면 특정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름을 안 썼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법적 평가는 실제로 특정 가능한지, 실제로 전파될 수 있는 상태였는지라는 객관적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또한 표현의 형태도 중요하다. 같은 취지라도 “문제점이 있었다”는 평가와 “사기꾼이다” 같은 낙인은 법적 위험이 다르다. 전자는 평가·의견으로 정리될 여지가 크지만, 후자는 사실 적시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언어가 짧아질수록 맥락이 잘리고, 단정적 표현이 늘어나기 쉬우므로, 온라인에서는 짧은 문장이 오히려 법적 위험을 키울 수 있다.

5. 손해의 문제와 형사책임의 구분: 억울함과 요건은 다르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분쟁이 생기면 당사자는 대개 “상대가 먼저 잘못했다”, “내가 피해자다”라는 억울함을 말한다. 그러나 형사책임은 억울함의 정도가 아니라 요건 충족 여부로 판단된다. 상대가 불성실했거나 무례했더라도, 그에 대한 대응이 공개적인 인신공격과 사실 적시로 이어졌다면 별개의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상대가 공격적 언행을 했더라도, 내가 한 말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의 비판에 그쳤다면 범죄로 보기 어렵다. 결국 감정의 정당함과 형사책임의 성립은 동일한 질문이 아니다.

또한 명예훼손과 모욕의 판단은 형사와 민사의 결이 다르다. 형사에서는 구성요건과 위법성, 책임이 문제되고, 민사에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된다. 같은 발언이라도 형사책임이 성립하지 않더라도 민사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무조건 고소하면 해결된다”는 기대를 줄이고, 분쟁을 현실적으로 다루는 데 도움이 된다.

6. 정리: 안전한 표현의 방향은 ‘사실의 확인’과 ‘표현의 절제’다

명예훼손과 모욕은 말의 자유를 전면 부정하려는 제도가 아니라, 말이 타인의 인격과 평판을 심각하게 침해할 때 이를 통제하려는 장치다. 온라인에서는 특히 특정성과 공연성이 쉽게 충족될 수 있어, 가벼운 말도 형사문제로 번질 수 있다. 그렇다고 침묵만이 해답은 아니다. 문제 제기와 비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사실을 확인하고, 핵심을 사실 중심으로 정리하며, 인격 비하적 표현을 줄이는 방식으로 표현하면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결국 한 줄의 글이 법적 분쟁이 되는 순간, 법은 “무슨 마음이었나”보다 “어떤 표현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전달되었나”를 묻는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형태로 글을 쓰는 습관이 쌓이면, 온라인에서의 의사표현은 더 선명해지면서도 불필요한 법적 위험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