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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정보공개청구: “공공기관 자료를 볼 권리”는 어디까지 인정될까

by jeonginlog 2026. 1. 19.

행정법을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체감하는 제도 중 하나가 정보공개청구다. 민원 처리 과정이 납득되지 않거나, 처분의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을 때, 혹은 내 권리·의무에 영향을 준 행정의 판단 자료를 보고 싶을 때 사람들은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한다. 정보공개청구는 단순한 호기심을 채우는 장치가 아니라,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이 행정작용을 감시·통제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절차다. 다만 모든 자료가 무제한으로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안전, 수사의 공정성, 개인의 사생활, 영업비밀처럼 보호할 가치가 큰 영역이 존재하고, 법은 공개와 비공개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해 두었다. 결국 정보공개청구의 핵심은 “국민의 알 권리”와 “비공개 필요성”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정당한 공개 범위인가를 따지는 데 있다.

1. 정보공개청구의 출발점: ‘내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기관이 보유한 문서’인가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점은, 공개 대상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기록”이라는 사실이다. 즉 기관이 문서, 대장, 보고서, 결재서류, 전자 기록 등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정보가 기본 대상이 된다. 그래서 ‘설명해 달라’는 요청은 민원으로는 가능할 수 있어도, 정보공개청구에서는 “해당 판단의 근거가 된 회의록, 결재문서, 검토보고, 통계자료”처럼 구체적인 기록 형태로 접근하는 편이 구조상 유리하다. 이 지점에서 정보공개청구는 단순한 문의가 아니라, 행정결정의 흔적을 추적하는 절차라는 성격을 갖는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존재하는 문서”의 공개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기관이 원래 만들지 않은 문서를 새로 작성해 제공해야 하는 의무까지 인정되는지는 별도의 쟁점이 된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떤 문서가 존재하는지부터 가늠하는 것이 필요하고, 공개청구는 그 존재를 확인하는 기능까지 함께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 비공개가 가능한 영역: 왜 ‘전부 공개’가 아닌가

정보공개는 원칙이지만, 예외도 분명하다. 그 이유는 행정이 다루는 정보 중에는 공개될 경우 개인이나 사회에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는 공개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기술자료나 계약상 핵심 조건 같은 영업상 비밀은 공개되면 경쟁 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 수사나 감사처럼 진행 중인 절차의 자료는 공개가 공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고,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의 위험 관리와 관련된 정보는 무분별한 공개가 오히려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러나 비공개는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다. 비공개는 “그럴 수 있다”가 아니라 “비공개할 필요가 구체적으로 존재한다”가 설명되어야 한다. 특히 현실에서는 기관이 광범위하게 비공개를 주장하는 사례도 있어, 공개청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왜 비공개인지”를 논리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정보공개의 핵심은 공개 자체만이 아니라, 비공개 결정이 정당한지 검증할 수 있게 사유가 제시되는 구조에도 있다.

3. 부분 공개의 의미: 전부가 아니어도 ‘핵심’은 볼 수 있다

정보공개 분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부분 공개다. 어떤 문서에는 공개해도 되는 내용과 공개하면 안 되는 내용이 함께 섞여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보고서의 결론과 판단 구조는 공개할 수 있지만, 특정 개인의 주민등록번호나 연락처 같은 부분은 가릴 필요가 있다. 이때 법은 “문서 전체 비공개”라는 극단 대신, 비공개 부분만 분리해 나머지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는다. 부분 공개는 공개제도의 실질을 살리는 장치다. 전부 공개가 어려운 사안에서도, 핵심 논리나 절차의 정당성을 검토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가 공개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부분 공개가 항상 충분한 것은 아니다. 기관이 핵심 이유가 담긴 부분까지 과도하게 가리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형식상 공개일 뿐 내용상 공개가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부분 공개는 “가림 처리의 범위가 과도한지”까지 포함해 검토 대상이 된다. 정보공개는 결과적으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이므로, 가림 처리의 정도도 그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4. 정보공개와 권리구제: 불복의 흐름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관이 비공개 결정을 하거나, 일부만 공개하거나, 기간 내에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 당사자는 그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정보공개는 행정작용인 만큼, 불복 절차를 통해 다시 판단을 받는 구조가 열려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왜 필요로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정리하는 것이다. 정보가 개인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면 공개 필요성은 강화된다. 또한 행정결정의 근거를 확인하는 목적이 뚜렷하고, 공개로 인한 침해가 부분 공개로 조절될 수 있다면 공개 쪽으로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정보공개 분쟁은 단지 문서를 받느냐 못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설명 책임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불이익 처분을 받았을 때 정보공개는 그 처분을 다툴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첫 단계가 되기도 한다. 즉 정보공개는 독립된 절차이면서도, 이후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같은 권리구제 절차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성격을 갖는다.

5. 정리: 정보공개청구는 ‘투명한 행정’을 현실로 만드는 통로다

정보공개청구는 행정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의 통제 아래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다만 공개는 무제한이 아니며, 비공개 역시 자동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공개와 비공개의 경계는 결국 “공개가 필요한 이유”와 “비공개가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비교하는 과정에서 정해진다. 정보공개 제도의 가치는 단순히 문서를 받는 데만 있지 않다. 행정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판단했고, 어떤 절차를 거쳤으며, 그 판단이 합리적이었는지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이 확인 가능성이 쌓일수록 행정은 더 조심스럽고 정교해지고, 국민의 권리구제도 더 실질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