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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과 신분의 문제 형법에서 공범은 “둘 이상이 범죄에 관여한 경우”를 다루는 개념이고, 신분은 “특정한 지위나 자격이 있을 때만 성립하는 범죄” 또는 그 범죄의 성립과 형의 정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말한다. 공범과 신분이 만나면 사건이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어떤 범죄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사·교사·보호자·업무상 지위자처럼 특정 신분을 가진 사람에게만 성립하거나, 그 신분이 있을 때 더 무겁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분이 없는 사람이 그 범죄에 관여하면 어떻게 될까. “신분 없는 사람은 처벌을 못 한다”로 끝나면 공동 범행 구조가 제대로 포착되지 못할 수 있고, 반대로 “신분 없는데도 똑같이 처벌”하면 신분범의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 공범과 신분의 문제는 이 균형을 정리하는 영역이다. .. 2026. 1. 4.
과잉방위의 구조와 판단 기준 정당방위는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이나 타인의 법익을 지키기 위한 방어를 허용한다. 하지만 방어가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공격을 막기 위한 행동이라도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면 법은 이를 과잉방위로 바라볼 수 있다. 과잉방위는 말 그대로 “방위의 정도가 지나친 경우”를 뜻한다. 현실에서는 이 경계가 가장 어렵다. 공격을 받는 순간 사람은 침착하게 ‘최소한의 힘’만 쓰기 어렵고, 상황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한다. 그래서 과잉방위는 정당방위처럼 단순히 “방어였으니 무죄”로 정리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일반 폭행이나 상해처럼 “그냥 범죄”로만 보기도 어렵다. 법은 이 회색지대를 다루기 위해 과잉방위라는 틀을 통해 책임과 처벌을 조절한다. 이 주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과잉방위는 정당방위와 달리 위법.. 2026. 1. 4.
정당방위의 요건과 한계 정당방위는 형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면서도 가장 자주 오해되는 개념이다. 흔히 “나를 먼저 때렸으니 나도 때리면 정당방위”처럼 단순화되지만, 법이 말하는 정당방위는 그렇게 넓지 않다. 정당방위는 “상대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법익을 지키기 위한 방어 행위”를 일정한 범위에서 허용하는 제도다. 즉 정당방위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면허가 아니라, 법질서가 방어를 허용하는 예외다. 이 예외는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정도로만 인정된다. 정당방위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현실에서 위협은 갑자기 찾아오고, 그 순간 경찰을 부르거나 법원 판단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래서 법은 “지금 당장 부당한 공격을 막기 위한 행동”을 어느 정도 허용한다. 하지만 동시에 정당방위가 무제한으로 인정되면, ‘방어’라는 이름 아래 .. 2026. 1. 4.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 노동법에서 가장 중요한 첫 질문은 “이 사람이 근로자인가”이다. 근로자인지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연차휴가, 해고 제한, 임금체불 구제, 산업재해, 퇴직금 같은 보호 체계가 작동할 수 있다. 반대로 근로자가 아니라면, 많은 보호가 계약 자유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분쟁은 민사적 해결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근로자성 판단은 노동법의 출발점이자 분쟁의 핵심이다. 현실에서 근로자성 문제가 자주 터지는 이유는, 일하는 모습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 특수형태 종사자, 위탁계약, 용역계약, 프리랜서 계약처럼 겉모습은 “사업자”에 가까운 형태가 많아졌다. 하지만 노동법은 계약서의 제목이나 사업자등록 여부만 보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실제.. 2026. 1. 4.
위법수집증거배제원칙의 의미 형사재판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증거만 확실하면 유죄 아닌가”이다. 직관적으로는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형사절차에서 증거는 단지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가 아니다. 그 증거가 어떤 방식으로 확보되었는지, 즉 국가가 어떤 절차를 거쳐 개인의 권리를 제한했는지까지 함께 평가된다. 위법수집증거배제원칙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한다. 수사기관이 법이 정한 절차와 한계를 어기고 증거를 수집했다면, 그 증거는 원칙적으로 재판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요약하면 “결과가 중요하더라도 방법이 정당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범죄자를 봐주기 위한 장치로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취지는 정반대에 가깝다. 국가가 ‘유죄를 만들기 위해’ 절차를 무시하는 순간, 형사사법은 누구에게나 위험한 제도.. 2026. 1. 4.
신뢰보호원칙의 핵심 구조 신뢰보호원칙은 행정법에서 매우 중요한 통제 원칙으로, 국가가 어떤 태도나 조치를 통해 국민에게 정당한 기대를 형성해 놓았다면 그 기대를 일방적으로 깨뜨려 국민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행정은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허가를 내주고, 기준을 제시하고, 안내를 하고, 때로는 오랫동안 특정한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는 관행을 형성한다. 국민은 그 과정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 “이렇게 하면 된다”는 생활상의 예측을 만든다. 신뢰보호원칙은 그 예측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불공정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다. 행정은 공익을 위해 정책을 바꾸고 기준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 현실이 변하면 행정도 달라져야 한다. 문제는 변화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방식이다. 아무런 경고나 단계 없이, 어제까지 허용.. 2026.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