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론은 한 범죄에 여러 사람이 관여했을 때, 각 사람을 어떤 형태의 범죄자로 평가하고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물을지 정리하는 이론이다. 현실의 범죄는 혼자 이루어지기보다 역할이 나뉘는 경우가 많다. 계획을 세운 사람, 실행한 사람, 도구를 제공한 사람, 뒤에서 도운 사람이 섞이면 “누가 범죄자인가”라는 질문이 단순하지 않다. 공범론은 바로 이 지점에서 형사책임의 경계를 설정한다. 단순히 “연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 범위를 넓히면 처벌은 과잉이 되고, 반대로 핵심 가담자를 단순 협조자로만 보면 책임은 과소가 된다. 공범론은 처벌의 과잉과 과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틀이다.
형법은 공범을 크게 공동정범, 교사범, 종범으로 구분해 규율한다. 공동정범은 둘 이상이 함께 범죄를 실행한 경우, 교사범은 타인을 꾀어 범죄를 실행하게 한 경우, 종범은 실행을 도운 경우로 정리할 수 있다. 이 구분은 단순한 명칭 차이가 아니라, 책임의 내용과 평가 방식, 그리고 각 구성요건 판단에서 요구되는 요소를 달리한다. 따라서 공범론을 이해하려면 “같이 했으니 같이 처벌”이라는 직관을 넘어서, 각각의 참여 형태가 범죄 실행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1) 공동정범: 함께 실행한 사람을 어떻게 “실행자”로 볼 것인가
공동정범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범죄를 함께 하려는 의사의 결합이 있어야 한다. 둘째, 각자가 범죄 실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여기서 “기여”는 꼭 손으로 직접 행위를 했다는 뜻만은 아니다. 어떤 범죄는 역할 분담이 일반적이어서, 누군가는 현장을 지키고 누군가는 물건을 옮기고 누군가는 피해자를 제압하는 식으로 실행이 나뉜다. 이런 경우 각자의 역할이 범죄의 실행 과정에서 필수적이고, 서로의 역할을 전제로 전체 범행을 진행했다면 공동정범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공동정범을 지나치게 넓히면 위험하다. 가까운 관계였다는 이유, 현장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했다”로 묶어버리면, 실행과 무관한 사람까지 처벌 범위에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공동정범 성립에서는 ‘같이 하려는 의사’가 단순한 동의나 묵인이 아니라 범행을 함께 실현하려는 의사였는지, 그리고 ‘기여’가 단순한 주변 행위가 아니라 실행의 흐름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야 한다. 결국 공동정범 판단은 사람들의 관계가 아니라 범행의 구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교사범: “시키는 사람”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교사범은 다른 사람에게 범죄를 결의하게 만들고 실행하게 하는 유형이다. 교사범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권유나 일반적 제안이 아니라, 특정 범죄 실행을 향한 의사 형성에 실질적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교사행위가 상대방의 범죄 결심을 만들어내거나 강화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게 한 인과적 연결이 중요하다.
교사범의 특징은 실행행위를 직접 하지 않더라도 ‘범죄 실행을 만들어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범을 넓게 인정하면 표현의 자유나 정상적인 대화까지 위축될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좁게 보면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의 책임을 놓칠 수 있다. 그래서 교사범 판단에서는 말이나 지시의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 상대방이 원래 범죄 의사가 없었는지 또는 약했는지, 교사가 없었다면 실행이 실제로 어려웠는지 등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또한 교사범은 결과적으로 타인이 실행하는 구조이므로, 실행자가 어떤 범위까지 실행했는지에 따라 교사자의 책임 범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3) 종범: 도움을 준 사람을 언제 처벌할 것인가
종범은 실행을 도운 사람이다. 도구나 정보를 제공하거나, 감시 역할을 하거나, 도피를 돕는 등의 행위가 문제될 수 있다. 종범에서 중요한 것은 “도움”이 단순한 편의 제공 수준인지, 아니면 범죄 실행에 실질적 기여를 했는지다. 예를 들어 같은 행위라도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평소에도 흔히 쓰이는 물건을 준 것인지, 범행에 특화된 수단을 제공한 것인지, 제공자가 범행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는지에 따라 종범 성립이 갈린다.
종범은 실행행위 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행을 가능하게 만들거나 쉽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인정되는 구조다. 다만 종범을 인정하려면 범죄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필요하다. 단순히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범죄 실행을 돕는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그 도움을 제공했어야 한다. 그래서 종범 판단은 도움행위의 객관적 기여도와 함께, 그 도움을 제공한 사람의 인식과 의사를 결합해 판단한다.
4) 공범 성립의 공통 토대: 고의와 범죄의 범위
공범론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공통 요소는 고의다. 공동정범이든 교사범이든 종범이든, 대체로 범죄 실행 또는 실행 지원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문제된다. 특히 여러 사람이 관여한 사건에서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가”가 핵심 쟁점이 되기 쉽다. 예컨대 재산범죄에 관여했더라도 그 구체적 대상과 방법을 알고 있었는지, 폭력의 가능성을 예상했는지, 단순 전달이었는지 계획의 일부였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공범의 책임 범위는 무한정 확장될 수 없고, 원칙적으로 각 공범이 인식하고 의욕한 범위, 그리고 그 범위 안에서 현실화된 범죄 결과를 중심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또한 공범 사건에서는 중간 이탈과 중지의 문제도 중요하다. 범행에 가담하려다 마음을 바꾸어 빠져나온 경우, 단순히 관계를 끊었다고 자동으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실행에 들어갔는지, 다른 공범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이탈이 범행 억제에 실제로 기여했는지 등에 따라 책임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공범은 “함께”라는 구조 때문에, 한 사람의 행동 변화가 전체 범행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이 단독범과 다르다.
5) 정리: 공범론은 역할 분담을 책임 분담으로 바꾸는 장치
공범론은 결국 역할 분담을 책임 분담으로 전환하는 기준이다. 공동정범은 함께 실행을 지배한 사람을 실행자로 평가하고, 교사범은 타인의 범죄 의사 형성과 실행을 만들어낸 사람을 묻고, 종범은 실행을 돕는 방식으로 범죄를 가능하게 한 사람을 평가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관계나 친분이 아니라, 범죄 실행과의 실질적 연결이다. 공범론이 제대로 작동할 때 처벌은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넓어지지 않고, 반대로 “직접 손대지 않았다”는 이유로 빠져나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공범론은 형법총론에서 가장 실무적이고, 동시에 가장 섬세한 균형 감각을 요구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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