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론은 한 사건에서 드러난 행위들을 하나의 죄로 평가할지, 여러 개의 죄로 평가할지를 정리하는 이론이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죄수 판단이 달라지면 적용 조문이 달라지고, 형의 범위와 선고 방식도 달라진다. 그래서 죄수론은 단순히 분류를 위한 학설이 아니라, 형사재판에서 “처벌의 틀”을 정하는 실무적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형법은 여러 죄가 함께 문제 되는 상황을 전제로 처벌 규칙을 마련해 두고 있다. 예를 들어 경합범의 범위를 정하는 규정(형법 제37조)과, 경합범을 동시에 재판할 때 어떻게 처벌할지를 정하는 규정(형법 제38조)이 있다.
또한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로 처벌한다는 상상적 경합 규정(형법 제40조)도 마련되어 있다.
즉, 죄수론은 “사실을 어떻게 끼워 맞출까”가 아니라, 형법이 준비해 둔 여러 처벌 규칙 중 어떤 틀을 적용할지 결정하는 작업이다.
1) 큰 틀: 일죄와 수죄
죄수론의 출발점은 “일죄”와 “수죄”의 구별이다.
일죄는 겉으로 보기엔 여러 양상이 있어도 법적으로는 하나의 죄로 평가하는 경우다.
수죄는 서로 독립한 여러 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경우다.
이 구별은 곧바로 처벌 방식으로 이어진다. 일죄라면 하나의 죄로 형을 정하면 되지만, 수죄라면 경합범 규칙에 따라 가중하거나 병과하는 방식으로 형이 구성될 수 있다(동종 형은 가중, 이종 형은 병과 등).
2) 일죄로 평가되는 대표 유형
일죄는 “행위가 하나라서”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실무에서 특히 중요한 일죄 유형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설명된다.
첫째, 단순일죄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한 번 이루어지고 그 자체로 범죄가 완성되는 전형적 모습이다. 이 경우 죄수 문제는 비교적 단순하다.
둘째, 계속범이다. 위법한 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구조의 범죄에서, 그 전체가 하나의 범죄로 파악되는 경우를 말한다. 핵심은 “어느 순간의 한 번”이 아니라 “불법 상태의 계속”이 범죄의 모습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중간에 불법상태가 사실상 끊겼는지, 끊겼다면 그 이후의 행위는 새 범죄가 되는지 같은 문제가 죄수 판단의 포인트가 된다.
셋째, 포괄일죄다. 겉으로는 여러 차례의 행위가 반복되지만, 일정한 관계와 흐름 속에서 전체를 하나의 범죄로 묶어 평가하는 방식이다. 예컨의 반복 행위가 시간적으로 근접하고, 동일한 목적과 수단 아래 하나의 계획 아래 진행되며, 피해 법익의 성질상 전체를 묶어 평가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포괄일죄 논리가 등장한다. 이 개념은 조문에 딱 잘라 적혀 있다기보다, 사실관계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판례와 학설이 발전시켜 온 성격이 강하다.
넷째, 법조경합이 있다. 이는 여러 조문이 겉으로는 모두 적용될 것처럼 보이지만, 법체계상 실제로는 하나의 조문만 적용해야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특별 규정이 일반 규정보다 우선한다든지, 어떤 조문이 다른 조문을 포섭하는 관계라든지 하는 사정이 있으면, 결과적으로 하나의 죄로 정리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여러 죄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적용 조문을 하나로 확정하는 문제라는 점이다.
3) 수죄로 평가되는 대표 유형: 경합범과 상상적 경합
수죄로 정리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갈래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첫째, 실체적 경합이다. 행위가 여러 개이고, 그 각각이 독립된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다. 형법 제37조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죄, 또는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그 확정 이전에 저지른 죄를 함께 경합범으로 본다고 정한다.
그리고 형법 제38조는 동시에 재판할 때 가장 중한 죄를 기준으로 일정 범위에서 가중하거나, 이종의 형은 병과하는 등 처벌 방식을 정한다.
실체적 경합으로 잡히면 “각 죄가 따로 성립한다”는 평가가 전제되므로, 결국 양형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둘째, 상상적 경합이다. 행위는 하나인데 그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의 구성요건에 동시에 해당하는 경우다. 형법 제40조는 이때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상상적 경합은 겉으로는 죄가 여러 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처벌은 “한 행위에 대한 중한 평가”로 정리된다는 점에서 실체적 경합과 구별된다.
4) 죄수론이 어려운 이유: “사실의 모습”과 “법적 평가”가 어긋날 때
죄수론이 자주 논쟁이 되는 이유는, 현실의 사건이 교과서처럼 깔끔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적으로 여러 날에 걸쳐 이어지거나, 하나의 목적을 위해 여러 수단이 복합적으로 동원되거나,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법익을 동시에 침해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 단순히 “행위가 몇 번이냐”만으로는 결론이 나기 어렵고, 구성요건의 구조, 보호법익의 성질, 행위의 계속성과 단절, 행위자 의사의 흐름, 피해의 누적 방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포괄일죄나 법조경합은 자칫하면 “편의적으로 하나로 묶어 처벌을 가볍게 하거나 무겁게 하는 도구”처럼 오해될 수 있다. 하지만 원래 취지는 그 반대다. 즉, 사실관계의 구조에 맞추어 중복 평가를 피하고, 필요한 만큼만 평가하기 위한 정리 방식이다. 반대로 실체적 경합을 쉽게 인정해 버리면 동일한 불법을 중복으로 평가할 위험이 있고, 상상적 경합을 과도하게 넓히면 여러 법익 침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죄수론은 언제나 “평가의 과잉”과 “평가의 누락”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작업이 된다.
5) 결론: 죄수론은 양형의 출발점이다
정리하면, 죄수론은 한 사건에서 문제 되는 범죄를 몇 개로 볼지 결정함으로써 적용 조문과 처벌 틀을 정한다. 실체적 경합으로 보면 경합범 처벌 규칙을 통해 가중이나 병과의 문제가 생기고(형법 제37조, 제38조),
상상적 경합으로 보면 가장 중한 죄로 정리되는 구조가 된다(형법 제40조).
포괄일죄나 법조경합처럼 일죄로 정리되는 영역에서는, 사실관계의 흐름과 규범의 관계를 정교하게 파악해 중복 평가를 피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죄수론은 “이론 단원”이 아니라, 사건의 골격을 세우고 그 위에 양형과 결론을 올리는 실무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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