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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전문증거: “직접 들은 말”이 아닌 진술을 재판에서 어떻게 다룰까

by jeonginlog 2026. 1. 3.

전문증거는 쉽게 말해, 법정에서 증언하는 사람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다”, “어딘가에 그렇게 적혀 있다”, “누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처럼 간접적으로 전해진 진술에 기대어 사실을 증명하려는 증거를 말한다. 형사재판은 원칙적으로 법정에서 직접 증언을 듣고, 반대신문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는 구조를 중시한다. 그런데 전문증거는 말의 출처가 법정 밖에 있고, 원진술자를 상대로 바로 물어볼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에 오해나 왜곡, 과장, 전달 과정의 오류가 개입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형사소송에서는 전문증거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통제한다.

전문증거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절차가 까다롭다”에 있지 않다. 전문증거를 넓게 허용하면, 수사기관이 조사실에서 작성한 문서나 제3자의 말을 모아 재판을 구성할 수 있고, 정작 법정에서는 핵심 진술자를 부르지 않은 채 문서만으로 유죄 판단이 이루어질 위험이 생긴다. 반대로 전문증거를 지나치게 엄격하게만 배제하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필요한 자료가 모두 막혀버릴 수 있다. 전문증거법은 이 두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재판의 공정성과 진실 발견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1) 왜 전문증거를 조심하는가: 반대신문의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에서 진술증거의 신뢰를 확보하는 핵심 장치는 반대신문이다. 증언을 하는 사람이 법정에 나오면, 상대방은 그 사람에게 “정말 봤는지”, “기억이 맞는지”, “이해관계가 있는지”, “유도나 압박은 없었는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과정이 있어야 진술의 진위와 정확성을 가릴 수 있다.

하지만 전문증거는 말의 출처가 법정 밖에 있어, 법정에서 말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전달자”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전달자는 원진술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도로 말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고, 기억 오류나 해석이 섞일 수 있다. 문서의 경우에도 작성 경위, 작성자의 의도, 질문 방식, 기록 과정의 정확성을 법정에서 직접 따지기 어렵다. 그래서 전문증거는 자칫하면 “검증되지 않은 말”이 재판을 좌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2) 전문증거의 기본 구조: 법정 밖 진술을 사실 증명에 쓰려는 경우

전문증거가 되는지 판단할 때 실무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그 진술을 무엇을 위해 쓰는가”다. 법정 밖에서 나온 말이나 글을 단순히 존재했다는 사실(예: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쓰는 것과,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점(예: 실제로 그 내용대로 사건이 있었다)을 증명하는 데 쓰는 것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전문증거 문제는 “내용의 진실”을 증명하려는 경우에 강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범인이 누구다”라고 말했다는 사실 자체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면, 그 말의 진실성보다는 그 발언의 존재가 쟁점일 수 있다. 반면 “범인이 누구다”라는 말이 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하려고 한다면, 그 말이 어떤 근거로 나왔는지, 말한 사람이 직접 본 것인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등을 따져야 하므로 전문증거 통제가 강하게 작동한다. 결국 전문증거 여부는 자료의 형태(말, 문서, 녹취)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재판에서 그 자료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 전문증거의 대표 형태: 조서, 진술서, 녹취, 문자 기록

전문증거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료는 크게 네 가지로 떠올릴 수 있다.

첫째,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사 관련 문서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적혀 있는 문서는 편리하지만, 법정 밖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작성 경위와 정확성이 문제 될 수 있다.

둘째, 진술서나 확인서 같은 문서다. 사건 관계인이 작성한 서면은 당사자의 생각과 기억이 담겨 있지만, 법정에서 직접 신문하지 않는다면 신빙성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

셋째, 녹취나 영상 자료다. 녹음과 영상은 “실제 말과 장면”을 담았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촬영·녹음이 이루어진 맥락, 편집 여부, 대화의 앞뒤 맥락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같은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넷째, 문자나 메신저 기록 같은 디지털 자료다. 작성자가 누구인지, 작성 시점이 언제인지, 전송 과정에서 변형 가능성은 없는지, 전체 대화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인지가 신빙성 판단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처럼 전문증거는 단순히 “종이 문서”만을 뜻하지 않고, 법정 밖 진술이 담긴 다양한 매체로 확장된다. 그래서 현대 사건에서는 전문증거 문제가 거의 모든 사건에 등장할 정도로 빈번해졌다.

4)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이유: 신뢰를 담보할 장치가 있는가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배제되지만, 모든 전문증거를 무조건 막으면 재판이 현실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법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예외적으로 전문증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예외의 핵심은 결국 한 가지로 수렴한다. 그 진술이 비교적 신뢰할 만한 상황에서 만들어졌고, 법정에서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확보되어 있는가다.

예를 들어 원진술자가 법정에 나와 진술 내용을 인정하거나, 상대방에게 반대신문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는 경우에는 전문증거의 위험이 줄어든다. 반대로 원진술자를 부르기 어렵고, 진술이 어떤 압박이나 유도 속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면 전문증거의 허용은 더 조심스러워진다. 결국 전문증거 예외는 “편의”가 아니라 “신뢰 확보”를 전제로 한 제한적 통로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5) 전문증거가 재판에 주는 의미: 문서 재판을 막고, 대면 심리를 지키는 장치

전문증거법이 제대로 작동하면, 재판은 조사기록 중심의 문서 재판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핵심 진술자는 법정에 나와 직접 질문을 받아야 하고, 그 진술은 공개된 절차에서 검증된다.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피고인은 누가 어떤 근거로 자신을 обвин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사람에게 직접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증거를 아무 제한 없이 허용하면, 피고인은 “문서 속 누군가”와 싸워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동시에 전문증거법은 진실 발견에도 기여한다. 신빙성이 낮은 간접 진술이 제거되면, 재판은 더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 증거에 집중하게 된다. 결국 전문증거 통제는 단지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재판이 믿을 수 있는 자료에 기초하도록 만드는 품질 관리 장치로 볼 수 있다.

6) 정리: 전문증거는 “간접 진술”의 위험을 통제하는 규칙이다

전문증거는 법정 밖 진술을 내용의 진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하려는 경우 발생하는 문제이며, 원진술자를 직접 신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이 크다. 그래서 형사재판은 원칙적으로 전문증거를 배제하고, 신뢰성과 검증 가능성이 확보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전문증거법의 목적은 형사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고, 간접 진술이 재판을 좌우하는 것을 막아 공정한 심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결국 전문증거를 이해하는 것은 “어떤 자료가 유죄를 뒷받침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본기를 다지는 일이며, 형사소송에서 증거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