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는 형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면서도 가장 자주 오해되는 개념이다. 흔히 “나를 먼저 때렸으니 나도 때리면 정당방위”처럼 단순화되지만, 법이 말하는 정당방위는 그렇게 넓지 않다. 정당방위는 “상대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법익을 지키기 위한 방어 행위”를 일정한 범위에서 허용하는 제도다. 즉 정당방위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면허가 아니라, 법질서가 방어를 허용하는 예외다. 이 예외는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정도로만 인정된다.
정당방위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현실에서 위협은 갑자기 찾아오고, 그 순간 경찰을 부르거나 법원 판단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래서 법은 “지금 당장 부당한 공격을 막기 위한 행동”을 어느 정도 허용한다. 하지만 동시에 정당방위가 무제한으로 인정되면, ‘방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보복이나 사적 제재가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정당방위는 방어의 필요성과 폭력 확산의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장치라고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1) 정당방위의 출발점: 부당한 공격이 있어야 한다
정당방위는 ‘공격이 있었으니 반격이 가능하다’가 아니라, 부당한 침해에 대한 대응일 때만 논의가 시작된다. 여기서 부당함이란, 상대의 행위가 법질서상 허용될 수 없는 침해라는 뜻이다. 단순한 언쟁이나 기분 나쁜 말만으로 곧바로 정당방위가 성립한다고 보긴 어렵고, 반대로 신체에 대한 폭력뿐 아니라 주거 침입, 강한 위협처럼 상황에 따라 법익 침해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라면 정당방위의 논의가 가능해진다.
또 중요한 점은 “상대가 잘못했으니 뭐든 가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격이 부당하더라도 방어 행위는 다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당방위는 상대의 부당함을 근거로 내 행동이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구조가 아니라, 상대의 침해와 내 방어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판단이 이뤄진다.
2) ‘현재성’의 의미: 끝난 뒤의 대응은 방어가 아니라 다른 성격이 된다
정당방위에서 가장 자주 갈리는 지점이 “현재의 침해”다. 방어는 공격이 진행 중이거나 바로 임박한 때에 허용된다. 공격이 이미 끝났는데 뒤쫓아가 때리거나,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찾아가 응징하는 행위는 보통 방어로 보기 어렵다. 법이 허용하는 것은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즉각적 대응”이지 “사후의 응징”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성은 시계처럼 초 단위로 재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흐름 속에서 판단된다. 위협이 끝난 것인지, 아직 이어질 위험이 남아 있는지, 당사자가 안전한 상태로 벗어났는지 같은 정황이 종합된다. 그래서 같은 ‘맞대응’처럼 보여도, 시점과 상황이 바뀌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3) ‘상당성’과 균형: 방어는 필요하지만 과도하면 문제 된다
정당방위는 방어를 허용하되, 그 방어가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관점과 연결된다. 공격이 가벼운데 방어가 지나치게 강하면, 방어의 이름으로 상대를 크게 다치게 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법은 “방어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 보지 않고, 그 정도가 균형을 잃었는지를 따져 본다.
다만 여기서도 단순 공식은 위험하다. 실제 상황에서는 사람이 완벽히 냉정할 수 없다. 좁은 공간, 야간, 다수에 의한 위협, 상대가 흉기를 들었다고 인식될 수 있는 상황처럼 공포가 큰 경우에는 방어의 강도가 다르게 평가될 여지가 생긴다. 결국 상당성 판단은 “결과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당시 행위자가 처한 위험의 강도와 대응의 불가피성을 함께 살피는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4) 과잉방위: 방어가 필요했지만 ‘선을 넘은’ 경우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언제나 일반 범죄와 똑같이 취급되는 것은 아니다. 방어의 필요성은 있었는데 대응이 지나쳐 버린 경우, 이를 과잉방위로 논의한다. 쉽게 말해 “방어하려는 방향은 맞았지만, 정도가 과했다”는 평가다.
과잉방위는 정당방위와 달리 위법성이 그대로 남을 수 있지만, 당시 상황의 긴박함이나 공포, 판단의 어려움 같은 사정이 책임 또는 처벌의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구조는 법이 방어 상황의 현실을 고려하려는 시도다. 방어는 원래 급박한 순간에 이루어지고, 그 순간의 선택은 사후적으로 보기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5) 오상정당방위: 방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경우
또 하나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오상정당방위다. 이는 실제로는 부당한 공격이 없거나 현재성이 없는데도, 행위자가 공격이 있다고 오인하고 방어한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어둠 속에서 위협을 잘못 인식했다거나, 상대의 행동을 공격으로 착각한 경우처럼 “사실관계에 대한 오인”이 섞여 있다.
이 경우도 단순히 “착각했으니 무죄”로 정리되지 않는다. 오인이 얼마나 합리적이었는지, 즉 당시 사정을 기준으로 그렇게 믿을 만했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더 신중한 확인이 가능했는지 같은 요소가 함께 고려된다. 정당방위와 달리, 오상정당방위는 보통 책임 단계에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아 사건 구조를 정확히 보는 것이 중요하다.
6) 정당방위를 보는 관점: ‘보복’과 ‘방어’를 가르는 선
정당방위 판단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결국 “보복이 아니라 방어였는가”다. 방어는 위험을 멈추게 하는 데 초점이 있고, 보복은 상대에게 벌을 주는 데 초점이 있다. 법은 사적 보복을 허용하지 않는다. 보복이 허용되면 힘이 센 사람이 정의를 독점하고, 충돌은 끝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방어는 생명과 신체, 자유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사회도 필요성을 인정한다.
따라서 정당방위는 단순히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격의 성격, 위협의 정도, 시간적 근접성, 방어 수단의 필요성, 상대가 물러났는지 여부 등 전체 흐름 속에서 방어의 목적과 정도가 함께 평가된다.
7) 정리: 정당방위는 허용되지만, 허용의 조건이 엄격하다
정당방위는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법익을 지키기 위한 예외적 허용이다. 하지만 그 허용은 현재의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어야 하고, 방어의 정도는 필요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하며, 방어와 보복을 구분하는 선이 지켜져야 한다. 이 선이 무너지면 정당방위는 방어가 아니라 사적 제재로 변질될 수 있다.
결국 정당방위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맞으면 맞아도 된다”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라, 위험을 멈추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이 어디까지인지를 법의 관점에서 읽어내는 일이다. 그 균형이 지켜질 때 정당방위는 개인을 보호하면서도 사회 전체의 폭력 확산을 막는, 현실적이면서도 통제된 제도로 기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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