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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몰랐어요”가 항상 통하지 않는 이유, 법률의 착오를 형법적으로 정리하기

by jeonginlog 2026. 1. 4.

형사사건을 떠올릴 때 많은 사람이 먼저 생각하는 말이 있다. “법을 몰랐을 뿐인데 처벌까지 받아야 하나요?” 일상감각으로는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형법은 원칙적으로 “법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책임을 없애지 않는다. 만약 누구나 “나는 불법인 줄 몰랐다”고 말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면, 법은 쉽게 무력화될 수 있고 사회 규범의 예측 가능성도 크게 흔들린다. 이 때문에 형법은 법률의 착오, 즉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를 별도의 논리로 다루면서도, 무조건 면책으로 연결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이것이 곧 “모르면 무조건 유죄”라는 뜻도 아니다. 실제로 법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고, 어떤 분야는 규정이 복잡하며, 행정기관의 안내나 오랜 관행 때문에 합법이라고 믿게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래서 형법은 법률의 착오를 전면 부정하지 않고,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는 책임을 제한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여지를 둔다. 결국 법률의 착오는 “원칙은 책임 인정, 예외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는 구조에서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1) 법률의 착오란 무엇인가: 사실을 몰랐던 것과 다르다

형법에서 착오는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뉘어 설명된다. 하나는 사실에 대한 착오, 다른 하나는 법률에 대한 착오다. 사실 착오는 예를 들어 “이 물건이 내 것인 줄 알았다”처럼 사실관계를 잘못 안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반면 법률의 착오는 사실관계는 대체로 알고 있지만, 그 사실관계가 법적으로 금지되는지, 처벌되는지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특정 행위를 해도 법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위법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구별은 단순 분류가 아니다. 사실 착오는 고의 성립과 직접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범죄 성립 자체를 흔들 수 있다. 반면 법률의 착오는 보통 “위법성을 몰랐다” 또는 “처벌되는 줄 몰랐다”는 형태로 나타나 책임 단계에서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즉 법률의 착오 논의는 대체로 “행위는 위법한데도, 그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2) 왜 원칙적으로 면책이 어려운가: 법의 안정성과 책임주의의 균형

법률의 착오가 원칙적으로 면책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법의 안정성이다. 법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따라야 할 규범이다. 만약 “몰랐다”는 말이 넓게 인정되어 처벌이 어려워지면, 법 규범은 실효성을 잃는다. 특히 형법은 사회가 최소한 지켜야 할 금지선을 설정하는 기능을 하므로, “인지 여부”만으로 쉽게 예외를 만들면 억지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다.

둘째, 책임주의와 공정성이다. 한편으로는 누구나 법을 다 알 수 없다는 현실도 있다. 법이 너무 복잡하거나 변화가 잦으면, 성실한 사람도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법률의 착오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책임주의와 어긋날 수 있다. 결국 형법은 이 두 가치 사이에서 절충을 택한다. 즉, 원칙적으로는 책임을 인정하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제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두는 방식이다.

3) 핵심 포인트: 정당한 이유가 있는 착오인가

법률의 착오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는 “그 사람이 그렇게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가”다. 단순히 본인이 그렇게 생각했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보아도 합법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는 여러 사정의 묶음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정은 정당한 이유 논의에서 자주 등장한다.

법령이나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는지

공적인 기관의 안내나 회신, 공문 등으로 합법이라고 믿게 되었는지

오랜 기간 널리 유지된 관행이나 기준이 있어 합법으로 오인하기 쉬웠는지

본인이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확인을 시도했고, 그 노력의 정도가 충분했는지

행위 당시 상황에서 합법성 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요약하면 “그냥 몰랐다”는 사유는 약하고, “확인했는데 그렇게 믿을 만했다”는 사유가 강하다. 법률의 착오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결국 행위자의 인식만이 아니라, 그 인식이 형성된 경위가 중요해진다.

4) 착오가 인정될 때의 효과: 전면 무죄와는 다르게 작동한다

법률의 착오가 논의된다고 해서 항상 전면 무죄로 가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서 실무 감각이 중요하다. 법률의 착오가 받아들여지면 책임이 면제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줄어든 사정으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다. 즉 “착오가 있었으니 무죄”라는 단순한 공식이 아니라, 착오의 정당성과 정도에 따라 책임 판단과 양형에 영향을 주는 구조로 이해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또 법률의 착오 논의는 위법성 단계와도 연결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경우에는 행위자가 합법이라고 믿은 것이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법질서상 허용되는 행위라고 평가될 여지(정당화 사유)가 문제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정당화 사유가 인정되기 어려우면 결국 책임 단계에서 착오가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는지가 남는 쟁점이 된다. 따라서 법률의 착오는 단독으로 결론을 만드는 카드라기보다, 사건 구조 속에서 어떤 단계에서 어떤 효과를 갖는지 살펴야 한다.

5) 실제로 중요한 질문들: 법률의 착오 판단에서 흔히 갈리는 지점

법률의 착오가 사건에서 쟁점이 되면, 논리는 대체로 다음 질문으로 모인다.

첫째, 그 분야가 일반인이 이해 가능한 영역이었는가다. 누구나 알 만한 금지인지, 전문적 규제 영역인지에 따라 정당한 이유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둘째, 확인 노력의 정도다. 행위자가 합법인지 고민한 흔적이 있는지,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문의했는지, 혹은 아무 확인 없이 자기 판단으로만 진행했는지가 중요해진다.

셋째, 공적 신뢰를 만들 만한 자료가 있었는가다. 행정기관의 안내, 공문, 명시적 허용처럼 외부 근거가 있으면 착오가 더 정당화될 가능성이 있다.

넷째, 행위의 성격이다. 위험이 큰 행위일수록 더 엄격한 주의가 요구될 수 있다. 예컨대 타인의 법익을 직접 침해할 위험이 높은 행위라면 “몰랐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 질문들은 결국 하나를 말한다. 법률의 착오는 단순한 심리 상태가 아니라, 규범을 지키려는 노력과 신뢰 형성의 구조 속에서 평가된다는 점이다.

6) 정리: 법률의 착오는 ‘예외적으로’ 책임을 줄이는 장치다

법률의 착오는 “법을 몰랐으니 처벌하지 말라”는 감정적 주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법률의 착오만으로 면책을 쉽게 인정하지 않지만, 동시에 누구나 법을 완벽히 알 수 없다는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법률의 착오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책임을 조절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결국 이 주제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법률의 착오는 원칙적으로 면책 사유가 아니지만, 정당한 이유가 뚜렷한 경우에는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형법은 이 균형을 통해 법의 안정성과 개인의 공정한 책임 평가를 동시에 추구한다. 법률의 착오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모르면 끝”도 “몰라도 다 처벌”도 아닌, 책임 판단의 세밀한 경계선을 읽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